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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리뷰

청년팔이 사회 - 김선기 (부제 : 20대는 정말 개새끼인가)

by 조창대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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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XtvN’가 유튜브에서 운영중인 코너 중, <최신유행프로그램>20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최신 의제들을 담아내는 만큼,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이 영상을 보며 지나간 문화에 대한 추억이나 성찰, 과거와 현재 문화에 대한 풍자 코미디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콘텐츠 중 하나인 요즘 것들 탐구생활은 과거 기원전 점토판과 이집트 벽화, 심지어 조선왕조실록까지 예시를 들며 전 시대에 걸친 의문점인 요즘 애들, 정말 큰일이다를 의제로 내세운다. 이 기획을 통해 세기를 불문하고 젊은 층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 것들인 20대의 문화나 가치관을 분석한다.

 

 <최신유행프로그램>의 이러한 기획은 내가 리뷰하려는 <청년팔이사회>의 관점에서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위의 의문점과 같은 젊은 층에 대한 비판이 오로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청년을 평가하고 재단하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도록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시각에서 요즘 애들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며, 기성세대의 시선과 언어로 젊은이들을 억압하려는 꼰대적인 행위의 총체로 보인다. 물론 최유프가 예로 든 기원전 점토판이나 이집트 벽화에 위에서 제시한 의문점들이 쓰여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콘텐츠의 청년 세대를 지적하는 담화를 콘텐츠를 소비하는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긴다는 점에서 세대론이 기록의 역사를 거치며 얼마나 고착화 되었고 일상화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유프는 요즘 애들을 분석하며 난점의 화살을 청년에게 돌린다. 지극히 타자화되고 배제되는 약자는 배제의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최유프는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발화된 난점에 문제 제기하지 않고, 청년인 자기에게서 문제점을 찾는 것이다. 반면 최유프가 요즘 것들의 문화를 알아보며 청년을 어른들(기성세대)의 언어가 아닌 자신들만의 언어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의도 있다.

 

 

기성세대는 ‘N포 세대’, ‘달관세대등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청년에게 강요하고 싶은 시각들로 이름을 붙여 부른다. 위에 사진은 세대론이 얼마나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생산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JTBC에서 방영 중인 <차이나는 클라스>에선 패널들에게 신조어 퀴즈를 풀게 하고 낸 문제는 정작 실제 청년들이 쓰는 용어가 아닌 청년이 아닌 세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인식 내지 편견이 담긴 말들이었다. 퀴즈를 소개하는 MC 또한 97년생, 청년이었고 누구도 맞추지 못한 정답에 대한 풀이를 한다. 패널들 중 출생 코호트를 기준으로 나눴을 때 청년의 범주에 속한 사람도 있었지만 풀이를 듣기 전까지 제시된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청년이 청년을 규정하고 타자화하는 담론을 청년이 소개하고 푸는 이러한 상황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타자화되는 청년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세대론에 가담하게 되며 세대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박재흥은 한국 사회의 동시대인의 비동시대성’을 강조하며(책 p.54),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심한 세대 갈등의 원인을 분석한다. 급변하는 사회와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세대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과제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방미현, 이영민 (2020). 세대 갈등이 심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세대론의 출현과 현실적 쓸모에 의한 심화 과정, 그것이 가져다 주는 현상에 대한 의미까지 상세히 알아야 갈등에 대처할 수 있다. <청년팔이사회>는 세대론의 원인과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결과를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세대론이 어떤 맥락에서 이용되고, 우리 사회에 어떤 불평등을 낳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청년팔이사회>의 의의가 있다.

 

 


이 책은 청년 당사자의 시선에서 세대론을 분석해서 다른 세대 연구와의 차별성을 보인다. 일상에서 만나 온 청년들의 삶과 상황을 조명하고 청년들의 삶을 지식의 형태로 풀어내고 자신들과 대립시키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비판한다. 저자는 기성세대의 세대주의를 세대론을 통해 이득을 보는 주체들에 따라 대중매체, 기업과 광고기획사, 정치권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90년대 신세대론만 하더라도 청년들이 자신을 신세대라고 명명하며 미메시스라는 문화운동 모임이 신세대를 둘러싼 담론 논쟁에 불을 지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세대담론의 주창자들은 당사자인 청년이었고 현재와 달리 청년의 시각에서 자기규정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갈수록 세대론적인 담론이 늘어나면서 매체와 정치, 기업이 담론을 이용하고 반복 생산하면서 객관적인 청년상을 바꾸어 놓았다. ‘세대는 집단 내 개인들의 동일성 혹은 이질성을 표현하기엔 역부족한 범주이다. 하나의 세대로 묶이는 개인들은 각자의 특징이 있고 선호가 있고 배경이 있다. 하지만 ≫세대 담론을 주창하는 주체들은 그런 자잘한 것들은 모두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세대를 규정≪한다.

책에서 설명한 것 중 정치나 선거 관련 의제가 세대주의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현상을 설명한 것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세대론을 진영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하고 자신들의 정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각색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진보 진영은 청년 세대가 새로움의 상징이라고 인식하고 젊은이들은 모두 진보적인 성향을 띤다고 함부로 단언한다. 그들은 선거에서 실패할 때 다른 문제를 제쳐두고 젊은 층을 충분히 공략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만 초점을 맞춘다. 젊은 세대=진보’ 공식은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올라가면 진보 정당이 유리해진다는 결론을 도출하여 20대의 투표율을 지나치게 독려하고 투표하지 않은 이들에게 ‘20대 개새끼론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무지하고 미성숙하다고 가르친. 그리고 청년들은 자신이 진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을 말할 땐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며 보수 매체의 입맛에 맞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확대하여 기사화한다. 저자는 투표 결과 분석에 세대/연령 범주가 추가된 세대정치를 꼬집으며 정치가들이 각자의 지지자를 결집, 확대하기 위해 세대론을 이용하는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각 진영이 선거에서 참패하거나 국정 운영에 실패하면 어김없이 책임을 청년 세대에게 뒤집어 씌워 그럴듯하게 넘긴다. 청년세대는 만만하고 구실 좋은 먹잇감이다.

 

<청년팔이 사회>는 기존의 20대 청년 연구 의제를 탈피해서 20대의 일자리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강점이다.

세대론은 실업난,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이고 학벌주의, 젠더와 계급 문제에 영향을 뻗치고 있다. ‘요즘 젊은 것들은 고생하려고 하지 않는다.’, ‘취업 눈높이가 높다’. 청년 구직난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한 번씩 나오는 말들이다. 386세대에게 청년은 전후의 빈곤과 독재 시절, IMF도 겪지 않고 편하게 자란 세대라 취직도 임금 많고 편한 곳으로 하려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대에서 생성된 학력·능력주의나 계급주의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말이다. 청년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선입견을 의식해 자신의 눈높이를 따져보기도 전에 눈높이에 맞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오력을 하거나, 일자리의 질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스스로 저임금, 저숙력 노동의 열약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조정하게 된다. 청년들은 어려서부터 과도한 경쟁 자기계발을 하며 가까스로 사회가 규정하는 보통인범주에 들어가지만, 험난하고 불안정한 구직의 현실과 고용이 결여된 성장, 그리고 사회경제적인 곤궁을 대면하면서, 실패에 관한 팽배한 두려움과 같은 집합적인 감정의 동학 속에서 위태롭게 생존을 영위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청년들에게서 나타나는 학벌주의는 단지 ‘인서울’ 대학의 학생들이 만들어낸 개념이 아니라 그들이 학벌에 따라 사람을 구별짓고 좋은 학벌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하게끔 가르친 기성세대로부터 이어진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세대론에 의해 가려진 학벌주의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어 그것이 청년세대의 문제라고 선 긋는 세대론을 공격하는 데에 성공했다.

세대론을 젠더, 계급 문제와 연관지은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반복적으로 젠더 차별을 경험한 여성 청년은 자연스럽게 여성이 다니기 좋은 직장이라는 필터를 내재해서 여성이 차별을 당하지 않을만한 직종을 찾는 등 구직 활동을 할 때도 제약을 받는다. 세대론은 중산층 남성에 포함되는 사람만을 청년으로 구분하기에 상대적으로 2등 시민인 여성과 장애인들은 세대론이 팽배한 사회에서 더욱 소외된다.

 


 

★ 비판점

이 책은 청년을 팔아 이득을 파는 사회의 메커니즘을 매우 세밀하게 보여준다. 20대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기성세대는 이기적이야. 자기들 입장밖에 생각안하고 청년을 전혀 배려하지 않네였다. 실제 현실이 기성세대의 권력에 의해 움직이고 20대가 이런 권력에 압도당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저자가 청년 세대 안에서도 다양한 성향차와 스펙트럼이 있다고 한 것과 같이, 기성세대에도 세대론을 이용하는 움직임과 반대로 세대론에 비판적인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세대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성세대의 시도를 거의 언급하지 않으며 청년세대 vs 기성세대라는 대결 구도를 반복해서 형성한다.

책에서 다룬 신세대논의가 활발했던 90년대에는 광고기획사들이 신세대에 대해 감각적이고 소비지향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신세대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 것을 비판하는 책이 많이 나왔다. 문화분석의 몇가지 길들의 경우 교수, 미술평론가,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등 15명의 필자를 내세워 영화, 출판, 방송,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신세대문화의 현주소와 함께 신세대 문화가 상업적으로 어떻게 조작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MBC-TV 청소년 프로그램인이야기 쇼!만남의 연출자가 쓴신세대 X세대는 방송에 소개하지 못했던 여론조사자료까지 소개해서 신세대들의 사고가 비교적 건전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책에선 신세대론의 발생 배경과 신세대론이 생기면서 바뀌는 세대론의 특징과 의미만을 언급하며 세대론을 이용하는 기성세대의 권력만을 부각시켰다.

책의 후반부에는 세대주의적인 상상을 전복하는 것, 세대주의의 다른 잠재력 발굴, 세대주의 쇄신이라는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것은 모두 세대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청년의 노력만을 언급한다. 세대주의는 청년 계층 혼자서는 없앨 수 없다. 같은 이해관계자인 기성세대와의 합의와 화합 또한 필요하다. 저자는 세대론을 바로잡고 청년 세대와 함께 가려는 기성세대의 노력을 언급하고 이러한 기성세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과 기성세대와 청년이 올바른 논의를 통해 협업해서 세대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추가적으로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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