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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상 리뷰

[영상리뷰] 넷플릭스 띵작 <아웃랜더(Outlander)> 정주행할 수 밖에 없다 이건

by 조창대 202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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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대 때부터 정주행을 좋아했다. 그땐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을 대부분 봤었다. 원피스, 은혼, 이누야샤같은 굵직한 소년 액션물이나 너에게 닿기를, 오늘부터 신령님 등등의 로맨스물/ 도쿄구울, 사카모토입니다만, 도로로, 약속의 네버랜드, 청의 엑소시스트 등등등 정말 장르 불문하고 많이 봐서 가늠이 가지도 않는다^^. 

중학생 때 내 방학 시간표는 7:00~13:00 취침시간 빼고 오로지 방 침대에 누워서 이누야샤를 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키가 안 컸던 것일지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봤던 이유는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없다. 애니에 돈을 써본 적도 없고(아. 롯데리아에서 2만원에 판매하는 루피 피규어는 사봤다.) 코스프레를 해본 적도 없는 걸 보아 현생을 피할 목적이나 현생이 불만족스러워서 애니로 파고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단지 애니가 "재미있"고,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이 새롭고, 영상물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그것의 옳고 그름을 계속 판단해야 하는 일이 재밌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최근에 봤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아웃랜더>가 흥미로웠다. 위에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특히 판타지물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시간여행? 이건 못참지... 라면서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 게시물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눈에 띄어 바로 채택해서 보기 시작했다. 

 

리뷰를 쓰기에 앞서서 리뷰를 시즌별로 나눠서 작성할까 했지만 그러면 스토리가 너무 구체적으로 나타나 스포가 될까 하여 드라마의 장점들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스포 없습니다!

 


 

1. 주인공들의 미친 캐미

카테고리에서 알 수 있듯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의 매력이 정말 미쳤다. 원작 소설의 구성력과 캐스팅이 어우러져서 미친 화합을 이뤄낸다. 주인공인 제이미와 클레어를 다른 배우들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비주얼합이 최고다.) 난 영화나 드라마를 다 보면 꼭 배우들의 인스타나 근황을 찾아보곤 하는데 제이미와 클레어를 연기한 샘 휴언과 커트리나 밸프의 근황이 제일 적응이 되지 않았다. 드라마와는 다른 그들의 일상, 옷차림, 말투가 낯설었다. 그만큼 드라마에 몰입했던 것이지..

특히 제이미와 클레어는 '진짜 연기하다 사귀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모두가 하지만 동시에 잘하지 못하는 '사랑'을 훌륭하게 자아냈다. 세기의 사랑이 있다면 바로 제이미와 클레어를 말하는 것 같다.

 

드라마는 온갖 사건사고의 연속의 연속이다. 제이미와 클레어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번갈아가며 납치를 당하고 상대방이 목숨을 걸고 구출해내는 게 드라마의 주요 플롯이다. 작가나 프로듀서의 입장에선 뭔가 스펙터클한 사건이 일어나야 이야기가 전개되니 어쩔 수 없지만 가끔은 전개상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 배분상으론 사건의 선결 모두를 시청자에게 납득시킬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넘어갔다. ㅋㅋ 둘은 서로가 납치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상대를 보호한다. 상대를 위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바다에 던지기도 하고,, 나로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는 모습을 보며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는 비현실적인 사랑'을 체감했다. 

 

이 포즈가 이 둘의 필연적인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포즈라 생각해서 선별했다

위에 투샷은 이 둘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하는 포즈가 담겨있어서 넣었다.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며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지내는 둘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진같다!!

나는 특히 제이미의 클레어를 향한 이해심이 경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클레어는 타임 스톤에서 시간 여행을 당하기 전에도 결혼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시간 여행을 당하고선 미래에 두고 온 남편을 그리워하며 그를 배신하지 않으려 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클레어의 마음이 제이미 쪽으로 기울긴 하지만 시즌5가 끝날 때까지도 클레어가 전남편과의 결혼 반지를 빼지 않았다. 이를 제이미는 이해한다. 클레어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클레어는 종군 간호사로서 곤경이나 아픔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 비록 자신과 가족을 해친 사람이라도. 클레어의 이런 신념 때문에 그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제이미는 클레어의 신념을 존중하고 절대로 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한다. 나에 대입해서 생각해봤을 땐 클레어의 고집스러운 점이 거슬렸을 텐데 그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신념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낸다. 

 

 

2. 역사적 배경

아웃랜더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영상미와 ost라 할 수 있는데, 작품 전체에 걸쳐서 스코틀랜드의 풍습, 의상, 언어를 포함한 전통적인 문화를 잘 구현하고 있다. 허리에서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인 '킬트'를 입은 남성들, 게일어를 쓰는 스코틀랜드인들, 마녀재판, 당시의 감옥과 형벌,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민속춤, 동요 등 처음 접하는 것들 천지였다. 그야,, 지금까지는 미드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본 게 다였으니까!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스코틀랜드의 문화를 보면서 코로나 시국이 풀리면 한 번 가서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곳의 문화와 풍습이 나한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아웃랜더의 오프닝곡은 너무 좋아서 매번 볼 때마다 스킵하지 않고 들었다. 멜론에도 찾아보니까 음원이 있더라. The Skye Boat Song 이라는 노래인데 너~~무 맘에 들어서 검색을 해보니까 스코틀랜드에서 어린아이에게 들려주는 자장가 수준의 민속노래(?)같은 노래라 첨에 드라마를 제작할 때 감독이 이 노래를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 사람들도 많이 시청할 텐데 동요 수준의 음악이 오프닝곡으로 나오면 따분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은 노래가 드라마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오프닝곡으로 정했다고 한다. 스코티쉬한텐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나도 감독의 결정엔 대 찬 성이다. 부른 가수의 목소리와 멜로디, 드라마의 분위기가 삼위일체로 어우러져서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사건들은 주로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의 땅과 문화를 흡수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분쟁들이었다. 18세기 영국은 근대국가가 형성되기 전이었고, 각 지역의 지리적 특색이 강한 시기였다고 한다. 나는 한국사 1급은 땄지만 세계사에는 쥐약이기 때문에 영국에 다양한 민족이 공존한다는 것도 몰랐었다. 찾아보니 18세기 영국의 민족 구성은 켈트족, 스코트족, 엥글로섹슨족, 게일족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때 로마가 한창 전성기를 탔던 시기여서 잉글랜드로까지 진출해서 그레이트브리튼섬의 남부를 점령했다. 그리고 점차 북진하면서 스코틀랜드의 문화와 풍습을 말살한다. 드라마의 배경은 잉글랜드가 스코트족의 터전과 문화를 위협하고 제이미와 그의 동료들(스코트족)이 그에 맞서 독립운동 및 전투를 치르며 생기는 갈등을 소재로 진행된다. 

영상에서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제압하는 장면들은 정말 잔혹했다. 황야에 스코틀랜드인들의 시신을 걸어서 못 박아두고, 영국의 장교가 제이미를 고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스코틀랜드의 땅에 침범하여 음식과 자재들을 약탈하고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그 강도가 어마무시하다. 보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드라마였던 것 같다. 강탈을 당하는 스코틀랜드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잉글랜드는 많은 민족의 피와 눈물로 견고해진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후반부로 가면 문명인들에 의해 약탈당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도 꽤 비중 있게 나오는데, 원주민을 철저히 타자화해서 문화와 언어가 미개하다는 편견을 가지며 그들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원주민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며 이들을 마주치면 무기부터 꺼내는,, 아메리카 정착민들의 모습을 보며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작 야만적인 방법으로 원주민의 터전을 빼앗은게 누군데 참.. 아무튼 드라마를 보면서 서양의 역사적 사건들을 접할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3. 페미니즘적 요소

드라마를 보다보면 느낄 테지만, 그 당시 성감수성은 지금과는 매우매우매우 다르다. 18세기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고 그렇지 않으면 쳐맞고 심지어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조용히 남성의 비위를 맞춰주며 절대 피임을 하거나 성관계를 거부하면 안됐다. 이 때는 성폭행이나 성희롱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기라 술집에서 남자가 갑자기 지나가는 여자를 방에 끌고 가도,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도 그 누구도 돕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딸의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며 지주에게 벌을 내리게 해 달라 요청하는 아버지, 딸이 결혼 전에 남자와 내통했다는 걸 알자 상대 남자를 죽이려는 아버지, 아내의 잘못을 사람들 앞에서 훈육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며 딸이자 아내의 위치에 있는 여성은 아버지와 남편의 소유물로서 그들의 명예를 위한 물건으로 취급된다. 딸의 순결과 아내의 품행은 곧 아버지나 남편의 명예가 된다. 그외에도 의학지식을 활용하며 많은 사람을 살리는 클레어를 향한 고깝지 않은 시선이나 대우는 그 시대에 여성을 향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단숨에 알 수 있게 한다. 제 아무리 비상하고 야무진 클레어라도 남성의 위력 앞에선 무기력한 모습을 볼 때면 내 마음이 다 아팠다. 

이외에도 약초를 잘 안다는 이유로 마녀라고 몰려 마녀재판까지 받는 상황은 오직 여성에게만 일어난다. 예로부터 여성은 간악하고 사람을 유혹하는 요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생겨난 억울한 죽음들인데, 그걸 영상으로 보니 재판 과정에서 피고를 마녀라고 결정짓는 방식도 매우 비논리적이고 그 당시의 증인들, 청중들도 모두 편견에 휩쓸려서 한 사람을 죽일지 말지를 판단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 이웃인 사람들이 재판장에선 한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며 열광하는 인간의 모순적인 면모를 보았다. 

아무튼 굉장히 거슬리고 불편한 발언, 장면,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즌5까지 정주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인 제이미는 당시 남성들과 달리 비교적 진보적인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내인 클레어가 하는 모든 일들을 서포트해주고 그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보다 돋보인다는 이유로 아내를 억압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려자를 존경할 뿐. 후^^ 제이미는 정말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나한텐..

 


 

리뷰를 크게 3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하다보니 내가 <아웃랜더>에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가 좀 정리되는 느낌이라 좋았다. 나는 항상 어떤 일을 할 땐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하리라의 표본을 보여주는데, 이번에는 드라마 정주행을 다 하고 리뷰도 다 끝내서 기분이 좋다. 휴 지금도 읽어놓은 책은 2개인데 책 리뷰를 쓸 엄두도 못 내고 있으니.. ㅠㅠ귀차니즘아 물러가랏

리뷰를 쓰면서 든 생각인데 난 왜 영상과 관련된 학과인데 영상기법에 관한 칭찬은 하나도 안하고 스토리에만 집중하고 있을까?분명 영상미가 정말 뛰어나고 장면을 잘 표현한 촬영기법도 많았는데 리뷰를 쓰다 보니 잘 안 떠올랐던 것 같다.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감독의 촬영기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성장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촬영기법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텔링 기법도 절묘해서 내가 꼭 클레어가 된 기분이었다. 아웃랜더가 시즌 7까지 제작될 예정이라던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많이 성장하실까??라는 궁금증과 기대감도 생겼다. 

감독님이랑 스태프들, 출연진들 모두 앞으로도 파이팅~~! 저는 완결날 때까지 쭉 정주행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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